Not Easy

2021.12.1 – 12.30

313 아트 프로젝트는 진마이어슨, 유나얼, 이완 세 작가로 이루어진 그룹전 <Not Easy>를 개최한다. 오랜시간 좋은 친구로, 또 동료 예술가로 관계를 쌓아온 이들은 어려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시스템과 젊은이들의 생각을 고민하고 그것을 각자의 방식대로 보여줌으로써 시대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예술의 이름으로 답을 주려고 한다.

진 마이어슨은 신작을 구상할 때 자신의 과거 작품 이미지의 일부를 차용해 화면을 만든다.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 캔버스 속 광경은 초창기 작업의 극히 일부가 포함된 동시에, 작가가 후생적(epigenetic)으로 외부에서 경험한 자극과 현상들을 반영하고 있다. 입양아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늘 질문해온 그는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위로로 본인의 과거 작업이 계속해서 다음 세대의 작업에 발자취를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유화로 캔버스 위에 작업하기 전 컴퓨터로 여러 겹의 이미지를 쌓아올리고 일그러트림으로써 각 작품이 하나의 건축물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하며, 작품을 마주한 관객은 커다란 공간 속을 유영하는 느낌을 받는다.

유나얼은 가수이기 이전부터 사진, 드로잉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작은 화면 속에 리듬감 있게 나열하거나, 이를 평면적 인쇄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브제들을 비상식적으로 확대해 관객에게 당혹감을 주는 동시에 평소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나 물건들에 대해 시간을 들여 생각하게 한다. 그의 종교적 신념은 음악과 미술을 관통하는 중심 요소이다.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기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울림을 주는 것은, 종교의 무게가 희미해진 오늘날에도 묵묵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나약(fragile)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삶에 대한 반추가 가능해진다고 말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각자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이상적인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완은 노동자와 현대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을 회화와 비디오 작업을 통해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계획된 대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에 따라 유무형의 결과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작가에 의해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들이 1호 붓으로 물감을 칠한 캔버스 위에 작가가 단색의 페인트로 몇 개의 획을 그은 작품이다. 작가가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진 이 그림 시리즈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단지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결과일 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과연 현대 사회에서 어떤 것이 의미 있는 것이며 성실한 태도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공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구작들은 그것이 만들어졌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사회적, 계층적 문제가 과연 이전보다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가 어떤 것이 쉽지 않다(not easy)고 말할 때는 그 뒤에 ‘그렇지만(but…)’을 덧붙이며 어려운 일이지만 극복해 보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쓴다. 힘들었던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Not Easy>를 준비한 것은 아마도 그다음에 올 내년에 대한 기대감과 긍정의 마음을 담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명의 작가가 각자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내놓은 작품들이 어려운 현재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위안과 실마리로 작용해 주기를 기원한다.

313 Art Project is delighted to open a group exhibition <Not Easy> with three artists, Jin Meyerson, Yoo Naul, and Lee Wan. They have, over time, built relationships as good friends as well as fellow artists, and continued working while encouraging each other in difficult environments. By contemplating the system of our time and touching on the thoughts of the younger generation, they each try to give an answer to the difficult situation of today in the name of art.

When Jin Meyerson designs a new work, he constructs the canvas by partially sampling images from his past works. The landscape that unfolds before the audience’s eyes contains only a small part of his early work, and at the same time reflects epigenetic factors such as external stimuli and the experiences that the artist has gone through in life. As an adopted child, he had always questioned his identity, and as a way to relieve his questions that are still left unanswered, he has chosen a method where his past work would leave a footprint in next generation of his works. He designs each work as architecture by stacking and distorting multiple layers of images with a computer before working with oil on canvas. When faced with his works, the audience feels like floating through a big space created by the spatial ambience.

Yoo Naul is an artist who has been steadily working in photography and drawing even before he became actively known as a singer. By rhythmically arranging objects that are useless to many people on a small screen, or by expanding objects to an unusually large extent, he confuses the audience and at the same time makes them take time thinking about people or objects that they normally pass by unintentionally. His religious beliefs are central to both his music and art. Despite the use of classical and analog techniques, his work deeply resonates with many because of his steady and calm faith toward god even today, when the weight of religion has faded socially. He says acknowledging the fragility of human truly enables the start of reflection on life. Through his works, the audience can look back on the path they have taken and contemplate on the future direction of their life.

Lee Wan reveals his question and insight toward social structure and labor issues through paintings and video works. His work makes us realize that people move as planned in a huge, planned system, and both tangible and intangible goods are created accordingly. <A Diligent Attitude Towards A Meaningless Thing> is a series of work in which the artist makes a few strokes with a single color on a canvas already painted with the finest brush by daily workers temporarily hired by the artist. This series of paintings are made as requested by the artist, and is merely a result of faithfully fulfilling the contract. Through this, the artist shares the question of what is meaningful in modern society and what is a diligent attitude. The old works shown in this exhibition make us question whether social and hierarchical problems have improved compared to the past, several years ago when these paintings were made. 

When we say that something is not easy, we add ‘but…’ to it and suggest a sign of hope that we will overcome it even though it is difficult. We prepared the exhibition <Not Easy> as the last exhibition of this year within a similar context and wanted to share with the audience the anticipation and positivity for next year. We hope that the works of these three artists, which captures how they perceive and respond to the reality, will serve as comfort as well as clues for us during this difficult time.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Jin Meyerson, Survivor’s Guilt, 2021,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Jin Meyerson, Interloper, 2018,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Yoo Naul, Fragile 2, 2021,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Installation view of Not Easy,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Not easy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말은 내가 오래 전부터 자주 들어오던 말이다.

 

작품 판매를 고려해서 작품을 제작한 적이 없었지만 막상 콜렉터에게 작품을 소개할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작품이 콜렉터에게 미안한 건 아니었다. 주워온 돌멩이나 내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가발처럼 정말 콜렉션하기 어려운 작품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들에게 그랬다는 말이다.

 

몇년 전 한 미술관으로부터 작업을 소장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나는 작품 리스트를 정성껏 제작해서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작품이다보니 운영위에서 소장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계속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였다.

 

2010년 1월, 진 마이어슨과 나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만났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초청한,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페인팅 작가였고, 나는 입주 공모를 통해 들어간, 이제 막 이십대를 끝내고 서른살이 된 젊은 작가였다.

엄청난 스펙터클과 섬세함을 함께 지닌 그의 페인팅 앞에 섰을 때 나는 마치 바텐더의 칵테일믹서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내면에 투사된 세상은 이렇게 뒤틀려진 풍경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창동 스튜디오 입주기간이 끝나고 뉴욕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좀 더 머물길 원하는 진에게 작업실을 추천했다. 황학동에 있는 낡고 오래된 건물, 서로 다른 층에 우리는 자리를 잡고 2년 정도를 지냈다. 이후 또 함께 문래동으로 이주했다. 10년 넘는 시간동안 함께 옮겨 다녔지만 단 한번도 전시를 같이 하거나 예술적 계획을 세운 적은 없었다. 진은 미국으로 입양되어 미국인 부모에게 길러졌다. 그에게 한번도 본적 없는 엄마라는 판타지가 그를 한국에 계속 머물게 하는것 같았다. 최근 그는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다. 그의 최근 작업이 좀 더 추상적으로 바뀌고 감정적으로 차분해진 인상을 주는 것은 아마도 가족의 영향일 것 같다.

 

유나얼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친구다. 나얼과 나는 나이도 같고 문화적 취향도 비슷해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는 유년시절 미군기지 주변에 살며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고, 교회에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다. 같은 뿌리를 갖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의 미술과 음악 작업은 섬세하게 한국의 근대 역사와 문화의 중심부를 관통한다.

나 역시 미국과 일본 문화가 처음으로 한국에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나얼의 작업을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얼은 신념을 가지고 미술과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수 만명의 팬덤을 갖고 있는 그는 어느 곳에서든 개인전을 열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버금가는 관객 수를 만들어낸다. 그는 정말 차분하고 성북동을 산책하는것을 좋아하고 가끔 내가 있는 곳에 들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원래 이번 전시의 제목은 ‘REAL UNREAL BELIF’로 할까 했었다.

나는 예술이 인간이 만든 수많은 부정적인 편견과 모순으로부터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진짜와 가짜, 우주와 가상세계, 부와 가난, 불평등과 혐오 같이 양팔저울처럼 나뉘어진 개념들 사이에서 통찰과 균형있는 관점을 갖게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떠올린 제목이었다.

 

어느 날 진과 점심 식사를 하며 전시 제목을 그에게 말했다.

“ 진, 이번 우리 전시 제목 real unreal belief 어때요?

진은 갈비탕을 휘저으며 말했다. 

“ Bro, not easy… It’s so heavy!!”

아, Not easy… 늘 들어왔던 반가운 말.

 

2021년 11월 겨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