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Exhibition

Borderless

January 20 – February 2, 2012

 

게임의 시공간에서 우리가 움직이는 방식은 ‘선택’이다. 선택은 변신을 이야기하는 고전의 숙명 아니었던가. 오비디우스의 <변신>부터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여전히 새롭게 독해되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은 이쪽저쪽의 선택에 직면한다. 토끼가 안내하는 동굴 속으로 뛰어든 앨리스는 어떤 물약을 마시느냐에 따라 지붕을 뚫는 거인이 될 지, 발가락만한 꼬마가 될 지 결정해야 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은 그저 그런 삶과 색다른 모험의 경계를 결정짓는 선택의 표상이다. 가짜 (파란 약)를 보며 안위할 것인지, 갈등은 넘치지만 진짜인 현실 (빨간 약)을 볼 것인지 주체는 이 세계와 저 세계로 들어가는 단서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

오늘날 게임의 향유자들은 매트릭스의 ‘빨간 약’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일 것이다. 게임의 시공간은 가상이지만 결코 현실과 떨어질 수 없는 문화적 상징이다. 게이머들은 정해진 시공간을 넘어 기존 현실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달아난다. 그렇다면 직접 게임을 만드는 이들은 어떨까. 넥슨의 ‘데브캣 스튜디오’ 소속 게임 아티스트의 작품이 모인 <Borderless: Inspired by NEXON> 전에서 우리는 꽉 막힌 경계를 벗어나려는 도전의 ‘빨간 약’을 본다. 이 도전은 지독한 눈부심을 겪으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끝없이 되뇌고 고민해야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다른 세계를 실행하는 것이다. 현실은 빨간 약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가 출몰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게임의 풍경을 만드는 생산자들인 데브캣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을 모처럼 한자리에 불러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김범, 김호용, 이근우, 이은석, 이진훈, 한아름 여섯 명의 작가들은 게임이라는 무대와 인물, 분위기와 사물을 만들어 낸 손과 상상력의 힘을 새롭게 펼쳐 놓고 있다. 협업 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게임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은 자신의 문제의식과 감각으로 발견한 단서들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시공간 위에 보여 준다. 네모난 모니터에서 마음껏 활보하던 게임 속 예술은 오프라인 공간 안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이들의 작업은 질감과 냄새를 가진 물질이자 세계로 둔갑해 있다. 게임 창작자들이 현실과 게임의 경계에서 꿈틀대는 상상력과 기술을 빚어내는 과정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보여 준다. 기존의 구획된 예술 장르로 이들의 예술을 포섭하는 것은 그다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게임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훈련받는 눈으로 세계를 보며, 동시대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서서 내일의 시각문화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생산자이자 경계의 작가다.

현시원 / 독립 큐레이터
<오늘의 상상력과 호흡하는 새로운 예술> 중에서

 

The way how we move in the time and space of a game is ‘by choice’. Wasn’t choice the classical destiny of transformation? From Ovidius’ <Transformation> to Lewis Carrol’s <Alice in Wonderland>, and to <The Matrix Trilogy> that is still reinterpreted over and over again, we find the characters confronting different choices. For the character in Matrix, the red and blue medicines are nothing more than the symbols of choice that mark the boundary between life and adventure. The character is required to choose whether to settle with the fake (blue medicine) or go into the reality that is filled with conflicts (red medicine).

Today, game lovers must be those who love the ‘red medicine’ in Matrix. The time and space of games are virtual, but they are the cultural symbols that cannot be separated from the reality. Those who play games escape from the boundaries of reality beyond the given time and space. Then, what about those who make the games? At <Borderless: Inspired by NEXON>, the exhibition of artworks created by game artists of Nexon’s ‘devCAT Studio’, we see the ‘red medicine’ of challenge that extends beyond the boundaries.

The significance of this exhibition is that you can meet the artists of devCAT Studio who are the creators of the game scenes. The six artists – Yi Eunseok, Lee Keunwoo, Lee Jinhoon, Han Ahreum, Kim Hoyong, Kim Beom – are presenting the power of their hands and imagination that have created the stages, characters, moods, and objects of games. Beyond the basic system of collaboration, they display the evidence discovered by their awareness and senses in time and space offline. The art in games that spread in your monitor will greet you in a different way in the offline space. In the offline setting, their work has transformed into materials and worlds with texture and smell. The process of shaping the imagination and technology of game creators on the boundary of reality and games display various views and methodologies. It would not be very interesting to confine their art in the perimeter of an existing genre. They are producers and artists who see the world with their trained eyes in the special space of games and create the visual culture of tomorrow at the frontline of contemporary pop culture.

Hyun Seewon / Independent Curator
Excerpt from <Game, jump to a different st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