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Exhibitions

Untitled Title

Hong Jungpyo

June 23  – July 30, 2021

 

Edges and Surfaces of Protruded Sculptures

Text by art critic Ahn Soyeon

Hong Jungpyo’s three-dimensional work has a certain “doubt” about its form. The works appear to be clear and neat, but they also evoke a random situation that seems to be in the middle of an unfinished process, as if some parts have fallen off from something. Perhaps the two – a neat appearance and an arbitrary situation – coexist in tension, which can be said to be “the other side” of each other rather than “different.”

‘Hidden Edge’ is a series of works that Hong Jungpyo started in 2013, and it served as a tool of asking himself questions such as “What is art?” or “What makes a good sculptor?” to which he continuously strives to answer.

 

돌출된 조각의 모서리와 표면

안소연 미술비평가

1

홍정표의 입체적인 작업은 제 형태에 대한 어떤 “회의(doubt)”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처음 그것과 대면하여 섰을 때, 그 형태가 각종 원색이 즐비한 표면이나 사방으로 돌출된 모서리를 한껏 드러내는 바람에,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옆에서 옆으로 금세 움직이기 바쁘다. 형태를 알아차리기 보다는 형태 위에 덧붙여진 임의의 효과들에 시선을 맡긴 셈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매무새가 또렷하지만, 어떤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자투리나 만들다 만 미완의 형태인 채로 갑작스럽게 멈춘 듯한 임의의 상황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그 둘-깔끔한 매무새와 임의의 상황-은 “차이”라기 보다 서로 간의 “이면”이라 말해도 좋을, 긴장 속에 같이 공존한다.

‘Hidden edge’는 홍정표가 2013년부터 시작한 작업 시리즈로, 형태에 대한 그의 시각적 강박과 인식적 사유와 촉각적 유희 등을 오가면서 내내 그러한 당위를 증명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Hidden edge #101(단면을 감추다 #101)>(2021)을 포함해, 그 연속에서 같은 조형 원리를 활용한 <Loading in 13 times(13번 불러오기)>(2021), <Chil-kyo-do(칠교도)>(2021), <No decision #001 ver.HE(노 디시전 #001)>(2021)까지 “부조” 형식의 구조를 통해 유효한 조각적 실험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홍정표는 그가 늘 강조해 온 조각의 표면이나 모서리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조각적 공간에 대한 인식을 갱신한다든가, 조각적 행위와 조각적 형태 사이의 관계성을 재맥락화 하려는 (원대한) 비전과 (자조적인) 유머를 양손에 쥐고 조각가의 소임을 탐색하려 했던 것 같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예술” 혹은 “조각”을 전면에 두고 그것에 대한 끝없는 유예를 거듭하며 끝내 그 경계-모서리와 표면 같은-에(만) 서 있으려 했던 태도에서 짐작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예술은 무엇인가”라든가 “좋은 조각가는 누구인가” 하는 식의 거창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그는 내내 볼품 없는 형태의 가장자리나 실패한 표면을 굳이 드러내 매만지며 그 물음에 대한 답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No decision”이라는 제목의 역설처럼 말이다.

 

2

<No decision #001 ver.HE>는 ‘Hidden edge’의 구축적인 구조 안에 다섯 개의 전구를 결합시킨 형태로, 어떤 특수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암시를 드러낸다. 이는 홍정표가 “No decision”이라는 야구 경기 용어를 가져와 작업의 제목으로 놓고, 던지지 못한 다섯 개의 야구공처럼 승패 없는 행위에 볼모 잡힌 “사물”의 운명-놀랍도록 예술과 조각에 대한 오랜 성찰과 닮아 있는-을 보여준다. 그는 ‘Hidden edge’ 시리즈에서 선과 선이 만나는 (회화적 공간의) 모서리에서 조각적인 공간의 가능성을 구축할 임의의 명분을 찾게 됐는데, 두 개의 선이 만나 한 개의 각을 이룰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한쪽 선(재材)의 삼차원적 단면을 감추기 위해 그는 잠시 같은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현실의 시시포스(Sisyphus)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이때, 홍정표는 형태 내부의 자족적인 양감을 통해 조각의 입체적인 공간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미니멀리즘의 수사를 빌려 말해 본다면) “기초적인 구조”로서 재료와 재료가 구축되는 관계 및 사물이 배열되는 형식적 원리 등을 지난 세기의 조각적 시도에서 참조해내, 조각이 “관여하는” 내/외부 공간-보통은 비어 있는 실제 공간-의 현전을 지각하게 한다.

(감춰야 할) 삼차원적 현상의 결핍이란, 홍정표에게 있어 형태를 뚫고 드러나는 재료의 물성 같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그러한 “실제 효과”에 대응해 왔던 조각적 방법론을 참조하여 변증법적으로 갱신해 온 터라, 숱한 물음과 답을 교차시키며 제 형태에 대한 당위를 설명한다. ‘Hidden edge’ 시리즈가 형태의 윤곽을 만들어내는 표면의 가장자리에서 (형태를 만드느라 되레 형태와 상관 없이) 제 물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재료의 단면을 감추는 전략으로 구축적 원리를 채택했다. 또 하나의 축으로, 그는 ‘Artactually’ 시리즈나 ‘Art is’ 시리즈 등에서 사물을 캐스팅 하는 소조 기법을 부분적으로 따르며, 그때 발생하는 물질적 차원의 실수와 오류의 불가피한 흔적들을 소조 표면에 대한 참조적 특징으로 변환해 놓기도 했다. 예컨대,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시도해 온 소조 방법론에 대한 재인식의 맥락은, 익숙한 사물-생선이나 도넛처럼 특정 형태로 기호화 된 실체-이나 익숙한 형상-만화나 신화 속 익숙한 캐릭터 이미지-을 주물로 캐스팅 하여 조각적 형태로 복제한 후 그 표면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실수의 흔적들을 수정하기 위해 직조와 사포질을 수없이 반복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말하자면, 홍정표는 일련의 연작들에서 적어도 조각이 매개하는 삼차원성의 불완전함과 결핍을 감추고 보완하는 예술적 행위로 조각의 개념을 새롭게 탐구하려는 시도를 보여왔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예술적 실천과 행위에 대해 일정한 유예의 태도를 드러내며 조각가로서 자기 자신을 투사한 조각적 형태의 양가적인 실존을 부각시킨다. 즉, 그는 마치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승패를 결정 짓지 못한 “No decision”의 역설을 상기시키면서, 조각가(의 행위)와 조각(의 형태)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애초에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적 행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며 그가 실험했던 “조각적 조건”은 형태에 대한 (비/기념비적) 모방 및 복제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소조의 방법론이었다. 예컨대, 고등어를 실제 크기로 캐스팅한 <Artactually>(2005)나 한때 홍정표의 시그니처 작업으로 많이 알려진 <Artactually-krispykreme>(2005) 시리즈를 다시 보면, <Artactually–anti fly waterbag>(2017)에 이르기까지 그가 줄곧 주목했던 것이 실제의 (평범한) 대상을 그대로 복제하여 조각적인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각적 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는 <Artactually-krispykreme>에서 상징적인 이미지에 가까운 링 모양의 도넛 형태-실제 도넛-를 투명한 FRP로 캐스팅 했다. 그 과정에서 실제 도넛의 질감과 경도 때문에 캐스팅의 결과물에는 실패의 흔적이 역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그 표면을 사포로 갈고 색을 넣은 FRP로 다시 직조하여 메우기를 반복하면서 (모각하듯 재현하지 않고도) 화려한 토핑이 표면에 올라간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조각적으로 형상화 할 수 있었다.

그는 대개 유선형의 물고기나, 기능과 형태가 일치하는 공구, 팝적인 사물/이미지의 형태처럼 기호로서의 윤곽이 선명한 대상들을 조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것을 극대화 하는 캐스팅의 방법을 사용했다. 이때, 그는 조각적 방법의 기술적 성취를 강조할 뿐 아니라 조각적 표면을 완성시킨 혹은 완성을 유예한 조각가의 행위가 갖는 역설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것은 불완전하면서 동시에 완전함을 쫓으며, 그러한 전략은 ‘Hidden edge’에서도 반복된다. 2013년 개인전 ⟪정갈한 집⟫에서 처음 발표한 작업 <Hidden edge>(2013)는 대략 육면체의 기본 틀을 가진 형태로 입체적인 구축 효과를 크게 나타냈다. 그 후로, <Hidden edge #2>(2014)에서는 육면체의 내부 삼면과 그 모서리를 강조한 형태였으며, <Hidden edge #3>(2015)은 입방체의 내부가 사방에서 투명하게 목격되는 선적인 구축 효과가 매우 컸다. <Hidden edge #4>(2016)의 경우, 고전적인 조각의 받침대를 형상화 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 받침대의 윤곽선을 따라 ‘Hidden edge’의 조형적인 규칙들이 낱낱이 포개어 드러났다. 그리고 <Hidden edge #6>(2018)에서부터 (작가에 의해) “부조”로 특정되는 “벽에 걸리는-평면적인 작업”의 맥락이 추가됐다. 홍정표는 처음 <Hidden edge>를 만들어 놓고, 쓸데 없이 커져버린 육면체의 구축물에 대해 자신의 강박적인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 임의의 “어떤 것”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모서리의 단면을 감추기 위해 “하나 뒤에 또 다른 하나”의 구축 논리가 끝없이 추가되는 동안, 그는 그 강박적 행위 아래 육면체라는 “특수한 오브제”로서의 조각적 형태로 향하고 있었다.

 

3

<Hidden edge #101(단면을 감추다 #101)>을 비롯해 같은 제목으로 각각의 일련 번호를 달고 있는 ‘Hidden edge’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부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여러 정황들을 살펴볼 때, 홍정표가 모서리의 단면을 강박적으로 감추는 행위를 통해 ‘Hidden edge’ 시리즈에서 실험해 보려 했던 것은 아마도 입체적인 형태에 대한 조형적 완성에 있지 않고 “조각적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더 앞선다. 모서리의 단면을 감춤으로써, 그 대상과 나/조각가 사이에 조각적 공간이 만들어진 셈이다.

어떤 범위 안에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보았을 때, <Hidden edge #101(단면을 감추다 #101)>은 평면의 캔버스 그리드 안에서 기하학적으로 전개된 추상 회화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20세기 회화사에서 종종 목격됐던 형태이기도 하거니와, 특유의 정면성이 어렵지 않게 회화적 시점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Hidden edge’ 시리즈 안에 함의되어 있는 구축의 원리는 어떤 틀 안에서 유기적이고 분석적인 구성을 회화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중심축에 해당하는 하나의 모서리, 즉 선과 선이 만나 어떤 실제의 단면을 드러내 버린 그 불완전한 사태로부터 시작해 재료의 “단면을 감추기 위한” (동일한) 재료의 구축이 본격화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캔버스에 선과 선을 연결하여 종합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그리기의 과정을 상기시키기 보다, 마치 격자로 연결한 각목을 노끈으로 묶어 심봉을 만든 후에 그것을 사방으로 돌려가며 입체적으로 흙을 붙여가는 소조의 방법론을 떠올리게 한다. 조각가 타틀린(Vladimir Tatlin)이 이미 지난 세기에 (서사가 없는) 추상적인 부조 구축물을 통해 구축주의 조각의 실험적이고 역사적인 사례를 남겨 놓았던 것처럼, 홍정표는 ‘Hidden edge’ 시리즈에서 그것을 참조하여 갱신한 듯한 새로운 구축의 원리를 제안한다.

홍정표가 만든 ‘Hidden edge’ 부조 시리즈들은 그의 여느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조각적 행위와 조각적 형태와 그 사이에 놓인 조각적 공간 간의 상호 인식을 강조한다. <Hidden edge #14(단면을 감추다 #14)>(2021)에서, 그는 부조에 대한 조형적 감각을 극대화 하여 공간감을 실제적으로 드러냈다. 저 형태의 내부 어딘가에는, 심봉이 놓인 중심축-그것이 하나인지 다수인지는 크게 상관 없다-에 대한 공간적 인식처럼, 중심 혹은 내부로부터 시작해 확장되어 가는 구축적 공간의 크기와 그것을 인식하게 하는 형태와 나 사이의 거리에 대한 실제적인 현전이 계속해서 (조각에서 부조가 담당해 왔던) 서사를 대신해 삼차원적 구축의 경험으로 나타난다. 모두가 직접 보다시피, 선과 선이 접한 모서리는 사방으로 돌출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홍정표는 선과 선이 인접하여 그리드를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그 내부의 환영적이거나 완전히 평면적인 공간에 빠져들지 않고 그 바깥, 그러니까 회화적 공간 바깥의 괜한 단면에 주목해 버린 것인데, 그러한 삼차원적 사고에 의해 그는 (응시로부터) 불완전한 조각적 공간으로 빠져나오게 된 것이다. (이는 그가 늘 조각가로서 겪는 열등감과 조각적 완성을 위한 노력의 성취 사이에서 매번 겪어내는 이중의식의 한 현상이다.)

<Hidden edge #14(단면을 감추다 #14)>나 <Hidden edge #16(단면을 감추다 #16)>(2021)이나, 사실상 둘 다 조각적 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둘의 공간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말하자면, ‘Hidden edge’에는 하나의 모서리에서 시작한 행위(자)의 궤적이 조각적 형태로 변환되어 있기 때문이다. 홍정표가 제시하는 조각적 형태는 대개 조각의 (수정 보완된) 표면과 (회화적 공간에서) 돌출된 모서리에서 비롯돼 삼차원적 공간을 인식하게 하는 조각적 경험으로 되돌아 간다. <Chil-kyo-do(칠교도)>와 <Loading in 13 times(13번 불러오기)>에서, 홍정표는 조각적 행위와 조각적 경험을 절묘하게 중첩해 놓았다. 칠교 놀이의 규칙을 참조하여, 그는 자신의 행위에 의해 구축되는 임의의 형태 사이를 매개해 놓음으로써 행위와 형태, 형태와 공간, 행위와 공간 간 상호 인식의 조각적 경험을 환기시킨다. 조각은, 나/행위자와 조각/형태 사이의 공간/거리를 인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No decision #002 ver.HE(노 디시전 #002)>(2021)는 그러한 조각적 공간 인식의 경험을 다시 표면으로 가져다 놓는다. ‘Hidden edge’ 구조로 완성된 형태 위에 특수한 안료를 칠해 행위에 기반한 구축 원리를 그 아래 봉인해 놓고, 홍정표는 다시 균질한 물질로 상투적인 조각적 표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이 조각 표면의 상투성에 시선을 집중시켜, 두께가 거의 없는 이 평면적 구축물의 역동성을 주물 속에 가두어 놓은 듯한 시지각적 반전의 상황으로 재인식하게 한다. 한편, 그는 종종 조각의 삼차원성을 강조하거나 공간적 확장을 꾀하기 위해 수퍼미러를 사용하곤 했는데, <Hidden edge #18(단면을 감추다 #18)>은 부조의 구조 안에 그것을 결합시켜 놓은 형태다. 어쩌면 <No decision #002 ver.HE(노 디시전 #002)>과 일련의 대구를 이루는 것 같기도 한 이 작업은, 부조에 대한 감각을 고전적으로 풀이한 형식적 실체라 할 수도 있겠다. 저 뒤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입체적 상상을 고전적인 부조의 서사 공간에서는 회화적 파노라마 구조로 나타냈다면, 홍정표는 수퍼미러를 매개 삼아 주물 뜨듯 네거티브의 반전을 그대로 노출하여 삼차원성의 불완전성 혹은 모순을 구조적으로 성취한 셈이다. 이것이 또한 그의 조각적 형태에 대한 어떤 “회의(doubt)”를 지속시키기도 한다.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Photography ⓒ SangTae Kim, Courtesy of 313 Ar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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